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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 이야기 (1)
  • 날짜
  •   :  2003-09-03





    저자가 공중보건의 시절 땅이 갈라진다는 섬, 진도에서 근무를 하였었다. 진도하면 대부분 진도개를 연상하지만 그 곳은 역사의 흔적이 섬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의 장소로, 몽고가 침입했을 때 삼별초군이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많은 흔적 중에서 자주 가보던 곳이 남도석성이란 돌로 쌓은 성이다. 고려원종 때 배중손이란 장군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최후의 격전지라 할 수 있다. 돌로 쌓아 만든 성으로 규모가 작은 성이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아직도 그 성안에 역사의 후예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의 흔적 속에 묻혀서 21세기 까지 온 것이다. 이 성을 볼때마다 우리나라의 불운한 역사를 생각하게 되고 선조들에 대한 원망스런 마음도 들면서 개인적으론 민족의 응어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피부는 어떠한 원인으로 손상을 받았을 때 이를 상처라고 한다. 모든 상처는 피부구조의 어느 한계를 넘게 되면 흔적을 남기게 되는데 이를 의학적으로 흉터라고 한다. 흉터(scar)는 한번 만들어지면 우리 피부에 영구적으로 남게 된다. 미용적으로 보기흉한 흉터가 있는가 하면 기질적인 장애를 만드는 흉터도 있고 주변의 기관을 침범하여 그 기관의 기능을 가로 막는 흉터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흉터를 제거하고 미용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개선된 자신의 피부를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의학적인 흉터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아주 다양한 곳에서 눈에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흉터들이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진도라는 섬의 불행한 역사의 흉터처럼 말이다. 우리민족의 큰 응어리로 남아 있는 이산가족도 현재와 그리고 미래에도 잊혀지기 힘든 민족전체의 상처로서 가슴속에 각인되어 있는 보이지 않는 흉터라 하겠다. 도시환경과 미관을 위하여 결정된 청계천 복원사업도 먼 미래를 염두하지 못한 졸속한 행정에 의해 생긴 흉터를 교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도시인구의 증가로 시행되어졌던 신도시계획, 현재도 시행하고 있지만 언제나 보다 치밀한 계획이 아쉽고 정책을 이용하여 사욕을 챙기려는 무분별한 난 건축들은 또 다른 흉터로 우리에게 고통을 줄 것이다. 빠른 경제발전을 위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시행되었던 수많은 사업의 흔적들은 상당부분에서 흉터로 남아 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들은 발자취, 업적이라 하지만 잘못된 것들은 흉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2차대전 당시 전쟁억제를 위하여 핵이 이용되었고 그로 인한 원폭피해도 커다란 지구상의 흉터라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성경에도 나와 있듯이 계속된 수난과 전쟁 속에서 살아남았고 21세기에도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은 그칠 줄 모른다. 미국에서의 911테러, 아프카니스탄 전쟁, 최근의 이라크전쟁... 지구곳곳에서 우리인간들은 잘못된 흉터를 생산하고 있다. 미래에 어떤 흉터를 남길지 예측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예측을 하였어도 권력에 앉아 있는 자들의 욕심에서 혹은 집단의 대립에서 시작된 욕구가 집단의 정당화로 이루어진 결과일 것이다.
    올해 초 21세기의 비전을 제시하는 방송프로에 우리나라의 저명한 교육학자가 나와 21세기를 위하여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하여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약속’이었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규칙에 도덕적 약속, 원칙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이다. 우왕좌앙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와 같이 원칙없이 이루어지는 일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상처를 만들고 이 상처는 아주 오랫동안 흉터로 자리잡아 지속적인 고통을 안겨준다. 나 자신에게 지켜진 약속은 나만의 흉터 뿐 아니라 내 옆사람, 우리가족, 우리사회의 흉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형외과의사들은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상처치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상처치유를 촉진하고 흉터를 예방하는 방법과 약물의 개발에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흉터교정수술은 다른 성형수술보다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흉터교정수술이란 흉터가 만들어지기 전의 피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눈에 덜 띄게 만드는 수술 즉 또 다른 개선된 흉터를 만드는 수술이다. 수술 전후의 차이가 다른 수술에 비하여 미세하기 때문에 정확한 기초적 술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원래의 흉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100%원칙에 기초를 둔 술기와 풍부한 경험에 의해서 만이 훌륭한 흉터제거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제나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함은 물론, 이미 만들어진 흉터에 대해선 정확한 술 전 진단을 통하여 잘 눈에 띄지 않고 거슬리지 않는 최소한의 가는 선으로 바꾸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적인 흉터의 교정 원칙과 같이 사회적, 역사적인 흉터도 예방을 우선으로 하고 잘못된 흉터의 교정도 원칙이 지켜지고 약속이 지켜지는 미래지향적인 교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화상흉터를 Clinical Cancer(임상적 암)라는 비공식적인 표현을 쓴다. 이는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지만 외모의 흉직함 때문에 삶의 질을 파괴한다는 의미에서 쓰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임상적 암(Clinical Cancer)을 더 이상 만들지 않도록 사회구성원 각자가 노력해야겠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하는 바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김 헌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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